"탕! 탕! 탕!"

야심한 한 밤, 저 멀리서 총소리가 요란하다. 한 무리의 일본 헌병이 긴박하게 독립군을 뒤 쫓는다. 독립군은 다리에 총탄에 맞아 비틀거린다. 숨을 곳을 찾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불 켜진 병원이 보인다. 그곳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당직을 서던 간호사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지만 독립군임을 금방 알아채고 독립군을 시체보관소로 인도한다.

독립군은 조용히 몸을 누인다. 곧바로 일본 헌병이 병원에 들이닥친다. 이곳 저곳을 헤집으며 독립군 색출에 혈안이다. 간호사는 일본 헌병을 단호히 돌려보낸다.

적막이 흐르자 독립군이 병원을 나서려 한다. 간호사는 그를 막아선다. 그리고는 응급 치료를 한다. 그렇게 독립군은 목숨을 부지한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동지가 된다. 동지의 인연이 연인이 되고 곧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중국 땅에서, 두 사람은 함께 독립운동을 벌이며 평생 일본군에 쫓기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독립군이 적의 총탄에 맞고 숨을 거둔다. 간호사는 비보를 접하고, 차마 견디다 못해 음독자살을 한다. 주변 사람들은 말없이 눈물만 훔친다.

독립군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에피소드로 치부할 만하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여기서 독립군은 지청천(池靑天), 김경천(金擎天)과 함께 남만주를 호령했던 '삼천(三天)' 중 한 사람인 신팔균(이명; 申東天) 장군이며 간호사는 그의 부인 임수명(林壽命) 동지이다.

그들에게 나라는 어떤 존재였던가? 그리고 독립은 어떤 의미였던가? 100년 전 한 나라의 비운과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되새길 필요가 있는 화두인 것 같다.

대한민국이 낳은 생거진천의 여성운동가 임수명 동지가 국가보훈부로부터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를 받았다.

생거진천은 충절의 고장으로 보재 이상설 선생, 신팔균 장군, 박도철 열사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 이기도 하다.

올해로 생거진천이 낳은 독립운동가 임수명 동지 100주년을 맞이한다.

임수명 동지는 1894년 진천에서 태어나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독립운동에 투신해 신흥무관학교를 일으켜세운 신팔균 장군의 부상을 치료하다가 동지로 만나게 된다.(1912-1914) 베이징과 만주를 오가며 비밀문서와 독립운동 서신을 전달하고 군자금을 모으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신팔균 장군과 결혼했다. 대한통의부 단원으로 활약했으며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가 적들의 총탄이 가슴팍에 박혀 남편이(신팔균) 죽었다는 소식을 받게 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둘째 아들마저 잃게 되자 자신도 갓 태어난 어린 딸과 함께 자결한, 애절한 비련의 주인공이다.

그리스에 카테리나가 있다면 대한민국 생거진천에는 임수명 동지가 있다.

독립군을 기다리다가 비통하게 순절한 애절한 순정의 주인공! 생거진천의 여성독립운동가! 임수명 동지.

진천에서는 여성독립운동가 임수명 동지를 연극으로 만들고 있다. 오는 11월 22일 화랑관에서 100주년 기념해서 대본을 쓰고 연출과 극본, 배우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100주년을 맞이하는 8월에는 충북여성재단 주관으로 기념식도 열리게 된다.

진천군은 지난 3.31 보재 이상설선생의 순국일에 맞춰 지난해 3월 31일 기념관을 준공했다. 기념관에는 33.1미터 중부권 최대 높이의 국기가 게양됐으며 군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무궁화꽃 가득한 이상설 무궁화길도 조성됐다.

내년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다.

보재 이상설 선생의 해외독립운동 평가가 제대로 인정받아 서훈 1등급 대한민국장으로 상향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역사는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특히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는 더 깊이 각인되어야 한다.

목숨도 버리고 재산도 바치면서 온 몸으로 지켜낸 자주 대한민국이 생거진천이 누구 때문인가?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의무이다. 그것이 진천군민의 사명이다.